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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해저터널이 이토록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난도 높은 공사를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5위’ ‘국내 최장’ 등의 기록적인 타이틀 속에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거센 바닷물의 흐름에 맞서고,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불규칙한 지질 특성에 대처해 온 지난 4000여 일의 사투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특히 2010년 착공부터 2021년 12월 준공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던 현장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해수’. 해수로부터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하기 위한 대장정의 시작은 지질의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편마암, 화강암, 함탄층 등 지질이 변화무쌍한 지반을 안전하게 뚫기 위해 국내 해저터널 최초로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공법을 도입했습니다. 화약을 터뜨리며 암반에 콘크리트를 뿜어 붙이고, 암벽 곳곳에 쇠를 박으며 파 들어가는 NATM 공법이 지반 변형에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발파와 굴착을 진행하기에 앞서서는 TSP(Tunnel Seismic Prediction) 탐사, 선진수평시추, 감지공 3단계로 지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파동이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해 전방 200m의 지질을 예측한 후(TSP 탐사), 60m 앞에서 암반 샘플을 채취해 지반 조건을 확인하고(선진수평시추), 20m 앞에선 암반에 구멍을 내 유입 수량을 측정(감지공)하는 과정입니다. 보통의 경우 차수 그라우팅 공법으로 암벽 틈에 시멘트 충전재를 주입해 해수 유입을 막지만, 감지공 결과 1개의 구멍에서 분당 4L, 3개의 구멍에서 분당 8L 이상의 물이 흘러나오면 ‘IMG(인텔리전트 멀티 그라우팅·Intelligent Multi Grouting)’ 공법을 적용합니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IMG 공법은 차수 그라우팅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압력과 유량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기존 2개 주입공보다 많은 4~8개 주입공에 동시에 그라우팅할 수 있어 우수한 품질을 확보하며 공사의 효율도 크게 높였습니다.

이에 더해 현장은 염도에 강한 내염해 CT 볼트를 적용하고, 숏크리트에 실리카퓸(Slica Fume) 혼화재를 첨가해 해수 성분의 지하수에 쉽게 부식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한 터널을 둘러싼 콘크리트의 두께를 30㎝에서 40㎝로, 강도 또한 일반(24㎫)에서 고강도(40㎫)로 강화해 진도 6.0의 지진에도 끄떡없고,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터널의 내구성을 향상 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