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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코로나 위기 속에서 더 승승장구한 ESG 기업들

2021.10.27 3min 21sec

팬데믹으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기업들 역시 가뜩이나 급변하던 경제 환경이 확 바뀌면서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조차 힘들어졌죠. 코로나가 초래한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지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제동이 걸린 것이 사실입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글로벌 기업들은 불확실한 미래에서의 생존 해법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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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동안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은 코로나로 가속화되고 극대화됐습니다.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해야 했습니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가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 이유입니다.

ESG의 목적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기회와 위험 요인을 식별해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 입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전방위적인 리스크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ESG의 핵심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ESG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백신’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평소 ESG 리스크에 잘 대비한 기업이라면 어떠한 리스크가 닥쳐도 그 노하우를 살려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평소 사업장의 작업 환경이나 근로자 복지 개선에 힘쓴 기업들은 회복탄력성이 좋아 코로나 사태에서도 위기 극복이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ESG의 영향력은 코로나 종식 후에도 계속되고 더 강해질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닥칠 수 있는 광범위한 거시적 위험과 이슈에 민감해질수록, 기업들은 더욱 ESG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전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낼 수 있으며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업종 전환으로 기업 가치 올린 ‘소니’
세계에서 가장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어디일까요? 평가기관마다 기준과 방식이 다르지만,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2020년 지속가능한 세계 100대 기업(The 100 Most Sustainably Managed Companies in the World)’의 1위는 ‘소니(Sony)’였습니다.
워크맨과 브라비아TV, 노트북 등으로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했던 소니는 2000년대 들어 한국·중국 업체에 밀리면서 위기가 시작됐습니다. TV·노트북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던 2011년에는 역대 최악인 4600억 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니는 기술력과 콘텐츠를 융합해 하나의 콘텐츠를 가전·스마트폰·게임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제작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 전략으로 반전을 모색했습니다.
그 결과 2020년 소니 매출 비율은 게임이 31%, 전자 22%, 음악 19%로 완벽하게 소프트웨어·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순이익은 1조엔을 달성했는데, 이는 1946년 소니가 창립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니다. 업의 전환은 실적뿐 아니라 ESG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탄소 배출이 필연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제조업’에서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콘텐츠업’으로 체질이 변하면서 ESG 등급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 기준 A등급에서 AA를 거쳐 마침내 최고등급인 AAA로 상승했습니다.
소니는 2050년까지 환경에 대한 영향을 ‘0’으로 만들기 위한 ‘로드 투 제로(Road to Zero)’ 목표를 수립하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25년까지 환경 중기 목표인 ‘Green Management 2025’를 설정해 실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목표는 ▶제품 1대당 플라스틱 사용량 10% 절감 ▶신규 설계 소형 제품의 플라스틱 포장재 전면 폐지 ▶사무실 온실가스 배출량 5% 절감 ▶총 전력 사용량 중 신재생 에너지 전력 사용량 15% 이상 증가 등입니다.
소니는 2014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투자 부적격’의 ‘정크(Junk)’ 선고를 받는 수모를 겪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니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버리고 ‘업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사업모델 혁신에 성공했고, 이를 토대로 한 ESG 경영은 타사가 모방할 수 없는 경쟁 우위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구촌 물 부족, 탄소 제로에 도전하는 ‘MS’
ESG 경영에 IT를 접목시켜 ESG 평가는 물론, 높은 기업가치와 실적까지 보인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입니다. MSCI가 평가한 MS의 ESG 등급은 최고 등급인 AAA. 시가총액은 1조7000억 달러로 애플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2021년 7월 말 기준).
MS는 지난해 9월 지구촌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자사 캠퍼스의 물 사용량을 줄이고, 물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재생수를 보급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기술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의 ‘현실 인지 엔진(Perception Reality Engine)’. 현실 인지 엔진은 강수량, 지표수 양, 식물 성장 등을 데이터로 지역의 물 공급 상황을 파악하고 위험 지역을 식별해 물 부족을 미연에 방지합니다. 또 ‘애저 IoT 중앙 정부 앱 템플릿’에서 실시간으로 수질 및 물 소비량,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 사항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MS는 이 기술을 에너지 전문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펌프 전문회사 그런포스(Grundfos) 등에 제공하며 수익원을 새롭게 창출하기도 했습니다.
‘해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나틱 프로젝트(Project Natick)’도 MS의 ESG 혁신 계획 중 하나입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해수로 자연 냉각시키고, 데이터 입출력과 연산에 필요한 전력은 조력·파력발전으로 조달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지난해 실용성을 입증했습니다. 이처럼 MS는 탄소를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과 조직에 2025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기후혁신 계획을 적극적으로 실현 중입니다.


ESG 경영에 올인하는 글로벌 기업들
석유·화학업체들도 잇따라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ESG 경영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 정유 회사인 네덜란드 ‘셸(Shell)’은 풍력·수소·태양광 산업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간 석유 생산량의 6%(100억 달러 가치)를 차지하는 텍사스 유전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화학 회사 ‘바스프(BASF)’는 유럽 전역의 공장을 신재생 에너지로만 가동하기 위해 해상 풍력발전소를 인수하고 2조원을 투자해 시설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10년 안에 석유와 가스 생산을 40% 줄이고, 신규 국가에서 화석연료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신 브라질에서 재배한 사탕수수에서 바이오연료인 에탄올을 생산하고, 수소 에너지 투자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6년 동안 엄격한 ‘자체 ESG 지수’를 운영하며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해 왔습니다.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이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절감하고 전력사용 효율까지 낮추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구성원의 성별과 나이를 다양화하고, 젊은 직원이 장년층 직원을 도와주는 ‘역방향 멘토링’ 등 포용적 문화를 장려합니다. 남녀 성비도 2025년까지 50대 50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기업의 지속가능성 및 양성평등 증진에 기여한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4년 연속 블룸버그 성평등 지수(Gender-Equality Index) 기업에 선정됐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기업에 있어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차별화된 ESG 경영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글=김재필 『ESG 혁명이 온다』 저자
※본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