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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망가진 지구를 구해줄 구원투수, ‘수소’

2021.04.02 3min 1sec

어느 때보다 ‘환경’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요즘, 화석연료로 산업과 사회가 움직이는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직은 천문학적인 비용, 수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인류의 발전을 놓치지 않으면서 망가진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 수소에너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소와 미래도시 일러스트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75%, 수소!

세계는 심각한 환경문제와 에너지 자원 고갈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탄소경제 속에서 고속성장을 이뤘지만, 그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았죠. 현재 전 세계 화석연료 에너지 의존도는 약 85%. 해를 거듭할수록 ‘탈(脫)탄소 사회’로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깨끗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기 때문. 이에 세계 각국은 탈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탄소경제의 대안으로는 태양광 · 풍력 · 수력 등과 같은 자연을 이용한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수소가 있습니다. 특히 수소는 인류가 찾아낸 가장 완벽한 청정 에너지원이자, 인류가 무한히 생산해낼 수 있는 에너지원입니다. 물(H₂O)의 구성 원소이기도 한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입니다. 심지어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죠.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키면 전기를 얻을 수 있으며, 그 과정에 발생하는 것은 오직 물뿐입니다.

사실 수소는 이미 제품 생산에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한 암모니아 비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가 필요합니다. 또한 합성연료 생산, 금속정제, 석유탈황, 열원(熱源) 등 다양한 산업공정에 수소가 이용되고 있죠.

물론 지구상에는 다양한 재생에너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지역에 따라 생산량을 제어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죠. 이는 필연적으로 잉여 전력(저장하거나 보존할 수 없는 전력) 혹은 전력 부족 현상을 야기합니다. 그러나 수소는 생산한 전력이 남았을 때 저장해 두었다가 부족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남는 전기에너지에서 물을 분해해 수소로 만들어 저장하거나, 저장해둔 수소를 수소충전소에 공급해 수소 전기차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죠. 또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수소는 고압으로 압축하거나 액화할 수 있어 저장과 운송에 용이합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여타의 전기에너지는 대용량 저장과 장거리 이송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소는 저장성이 우수하고 석유, 석탄, 천연가스처럼 운송이 용이해 ‘에너지 캐리어(Carrier)’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습니다.


공생과 경쟁 아우르며 ‘수소사회’로 전환

2017년 1월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세계 수소시장 규모를 2050년 2조5000억 달러, 연평균 6% 성장을 예상했으나, 글로벌 투자은행인 미국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9월 세계 수소시장 규모를 2050년에 12조 달러 규모로 훨씬 더 크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소경제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최근 수소경제에 대해 2030년까지 약 3000억 달러 이상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처럼 세계는 가까운 미래에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예측하고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국은 세계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자국의 기술·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기업 역시 공생과 경쟁을 아우르는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의 추세와 걸음을 맞추고 있습니다. 2018년 맥킨지는 ‘대한민국 수소산업 비전의 거시경제 및 사회적 효과’ 조사에서 2050년까지 수소 수요를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약 1700만t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이를 통해 미세먼지 발생량이 약 17% 감소하고, 약 60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수소산업 확대 및 관련 장비 판매 등 약 70조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동반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우리나라가 강점으로 보유한 수소차 · 연료전지 기술 등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전략과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의 수소 로드맵을 살펴보면 현재는 수소차가 1만여 대 보급돼 있으나 2022년에는 8만1000대, 2030년에는 85만 대, 2040년에는 620만 대가 보급될 것입니다. 

수소충전소는 현재 70기 정도이나 올해 약 180기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2022년까지 310기, 2040년까지는 1200기가 건설될 계획입니다. 연료전지 발전은 현재 약 500MW가 있으나 2022년까지는 1.5GW로 증가할 것이며, 2040년이 되면 약 15GW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대차 세계 수소경제 리드, 한국 ‘에너지 자립’ 꿈꿔

사용하는 탄소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수소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친환경적임과 동시에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기 때문. 이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수소산업 활성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소경제로 가기 위해 많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의 수소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도 많은 운영 경험을 갖고 있죠. 고압가스 인프라 구축 경험과 안전관리 능력은 선진국과 견줄 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선박회사, 수소  인프라 구축, 수소 생산기술 등 유수의 기업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5년 9월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2015년 10월 수소차 공급 및 시장 활성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2019년 1월과 12월에는 중장기적인 ‘한국 수소경제 로드맵’ ‘수소안전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 세계 1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공표했습니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래자동차 산업개발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에는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죠.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전기 · 수소차의 국내 신차 판매 비중을 33%까지 높이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의 수소경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입니다. 전 세계 수소모빌리티 기술을 리드하고 있는 현대차는 2018년 12월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연료전지 시스템 연산 70만 대를 생산해 수소차 50만 대를 양산하고 20만 대는 수소모빌리티 생산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최근에는 ‘2025 전략’의 일환으로 수소연료전지 독자 브랜드 ‘HTWO’를 론칭하며, 수소 모빌리티와 전동화 개발 투자 규모를 14조9000억원으로 크게 늘렸습니다.


지난해 4월 현대자동차가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국내 최초 고속도로 수소 충전소를 공식 오픈했다

지난해 4월 현대자동차가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국내 최초 고속도로 수소 충전소를 공식 오픈했습니다. ]


정부 역시 글로벌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올해 수소경제 관련 예산을 8244억원으로 편성하는 등 현대차를 중심으로 기업들과 합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기업이 ‘기술 개발-국산화 및 제품화-글로벌 시장 진출 및 선점’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지원을 펼치고 있죠. 이 같은 정부 정책과 현대차 등 기업들의 민간투자 계획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탄소중립은 물론 세계 수소경제를 리드하는 나라로 선봉에 서게 될 것입니다.


글=권낙현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