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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⑪] CES 2024 기술로 살펴본 영원한 젊음의 꿈

2024.02.02 5min 18sec

‘문명을 만드는 기술’로 불려온 건설은 사회의 존속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핵심 역량과 기술은 어떠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요? 현대건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이를 진단해보는 칼럼을 기획 연재합니다.



■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


Ease every way with hydrogen energy and software solutions

[ 현대자동차는 CES 2024에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Ease every way)’을 주제로 2,006㎡ 규모의 전시 공간을 마련해 인류의 에너지 문제에 대응한 종합 수소 솔루션 ‘HTWO 그리드’를 소개했습니다 / 사진제공: 현대자동차그룹 ]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가 지난달 9일부터 12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올해 캐치프레이즈는 ‘All Together, All On’으로, 인류가 당면한 여러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모두를 위한 기술에 협력하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Ease every way)’을 주제로 2006㎡(약 600평) 규모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콘셉트의 모빌리티를 선보이며 인간 중심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이동뿐 아닌 수소 에너지의 다양한 활용방안도 공개했죠.   


이처럼 올해 CES에서는 기술의 혁신성과 함께 삶을 이롭게 만들 휴머니즘 솔루션들이 대거 소개되었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인간의 건강을 책임지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들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닌 여러 사회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고령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 CES의 주역으로 부상한 헬스케어 기술


AARP의 에이지테크(AgeTech) 전시관

[ 미국 전미은퇴자협회(AARP)는 올해 CES에 ‘에이지테크(AgeTech)’ 전시관을 꾸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 사진제공: AARP ]


이번 CES에는 누구나 집에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노스홀에 자리 잡은 디지털 헬스케어관은 AI(인공지능)·로보틱스, IoT(사물 인터넷)를 넘어 가장 큰 규모로 꾸려졌습니다. 병원에서나 가능하던 특별한 건강 관련 기술들이 이제는 일상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CES에서 헬스케어 기술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2022년 미국 진단업체 애보트(Abbott)의 최고 경영자가 헬스케어 기업으로는 처음 기조연설에 나선데 이어, 올해 CES 개막식에도 미국 건강보험사 엘러밴스 헬스(Elevance Health)의 게일 보르도 대표가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그녀는 자사의 신규 건강관리 서비스를 소개하며 AI와 디지털 기술이 의료 서비스를 단순화시켰다고 말합니다. 올해 노스홀과 스타트업 전용관인 유레카 파크에는 100여 곳의 디지털 헬스 업체가 참석했는데요, 이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한 결과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가정에서 손쉽게 건강 상태를 알아보고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 전미은퇴자협회(AARP)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CES에 ‘에이지테크(AgeTech)’ 전시관을 꾸렸습니다. 38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둔 AARP는 50세 이상의 사람들을 위한 메디 케어와 사회보장 같은 노인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비영리단체인데요, 올해는 CES에 고령 친화 스타트업, 투자자, 기업 등을 한데 모아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삼성헬스하우스(Samsung Health House)’라는 모델하우스 안에 AARP와 협업하는 고령 친화 스타트업 10곳의 기술들을 전시해 화제가 됐죠. 이 프로젝트는 노인 인구의 77%가 병원이 아닌 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설문조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AARP는 설명했습니다. 



■ AI, IoT 기술로 더욱 정교해진 홈 헬스케어 서비스


매직미러(MagicMirror)

[ 캐나다 누라로직스의 스마트 거울인 매직미러(MagicMirror)는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거울 앞에 서면 30초간 얼굴을 스캔하고 혈압과 심장 박동수, 피부 나이 같은 건강 정보를 알려줍니다 / 사진제공: Nuralogix ]


오늘날 기술 발전의 주역인 인공지능(AI)은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돋보였습니다. 영국 AI 스타트업 ‘블루스카이(Blueskeye) AI’는 이번 CES에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얼굴 근육과 음성의 변화를 포착해 알츠하이머·파킨슨 등의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미첼 발스타 블루스카이 AI 대표는 “컴퓨터 영상과 언어 처리를 결합해 사람의 행동과 감정의 뉘앙스도 실시간 해독할 수 있다”며 “이는 육안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누라로직스(nuralogix)는 21.5인치 태블릿PC 형태인 스마트 거울을 선보였습니다. CES 혁신상을 수상한 이 매직미러(MagicMirror)는 이미지 센서와 AI를 결합해 질병 징후를 사전에 예측하는 제품입니다. 거울 앞에 서면 30초간 얼굴을 스캔하고 혈압과 심장 박동수, 피부 나이 같은 건강 정보를 알려줍니다. 


비마인드(BMind)

[ 프랑스 바라코다는 올해 CES에서 스트레스 상태를 알려주는 AI 기반 스마트 거울인 비마인드(BMind)를 공개했습니다 / 사진제공: Baracoda ]


프랑스 바라코다(Baracoda)도 정신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스마트 거울을 공개했습니다. 비마인드(BMind)라는 이 거울은 얼굴 표정과 대화를 AI로 분석해 기분을 파악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할 방안을 제시합니다. 2024 CES 혁신상을 수상한 이 제품은 기존의 스마트 거울이 보이는 육체적 질병 징후에 주목한 것과 달리 보이지 않는 정신건강 영역까지 확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Ultrahuman(왼쪽), Movano(오른쪽)

[ 올해 CES에는 손가락에 차고 건강상태를 실시간 측정하는 스마트 반지들도 대거 선보였습니다 / 사진제공: Ultrahuman(왼쪽), Movano(오른쪽) ]


원격 의료가 보급되면서 일상에서 건강정보를 실시간 수집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몸에 늘 착용하는 제품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휴대폰과 연결된 스마트워치가 이런 기능을 수행했다면 이번 CES에는 보다 간편해진 반지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인도 울트라휴먼(Ultrahuman)의 ‘에어(AIR)’가 수면부터 동작, 영양 상태까지 모든 건강 관련 데이터를 추적하는 유일한 스마트 반지라고 소개했습니다. IT 전문지 씨넷은 미국 모바노(Movano)의 ‘에비(Evie)’를 주목할 기술로 꼽았습니다. 에비는 다른 스마트 반지와 달리 여성의 건강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점이 특징이라고 씨넷은 밝혔습니다. 외형도 여성의 미적 감각에 맞췄죠. 중국 유메옥스(Umeox)는 건강 정보 수집 기술에 대화형 인공지능에 쓰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결합한 스마트 반지인 ‘엑스링(Xring)’을 공개했습니다. 엑스링은 심장박동수와 수면 패턴, 혈중 산소 농도 같은 건강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면서, 광센서와 AI로 피부의 색을 통해 혈당 수치를 파악한다고 업체는 밝혔습니다. 물론 여러 기능이 결합된 탓에 반지가 다른 제품보다 훨씬 커졌다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 디지털 헬스케어 트렌드는 고령화와 초개인화


항노화와 건강

[ 항노화와 건강은 올해 CES를 관통하는 큰 주제기도 합니다. 산업 관계자들은 고령화와 개인화를 타개할 방법으로 인공지능과 디지털 혁신기술을 꼽습니다 ]


올해 CES에서 선보인 헬스케어 기술은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기대수명은 늘어나지만 젊은 인구가 사라지고, 결혼 기피와 초저출산으로 인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항노화와 건강 솔루션은 일상을 넘어 초개인화로까지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건강 정보를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혼자 쉽게 파악하고, 심지어 처방까지 일원화하기도 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비부(Vivoo)는 소변을 묻힌 키트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단 90초에 영양소 분석이 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혈액 검사를 하지 않아도 비타민을 포함해 영양소 9종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누비랩(Nuvilab)은 ‘혼밥’을 하면서 어떤 영양소를 섭취했는지 알려주는 AI 기술을 전시했습니다. 카메라로 식판을 찍으면 AI가 음식의 종류와 부피를 감지해 영양소 섭취량을 분석해 줍니다.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 환자나 식단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기술입니다.


빔오(BeamO)

[ 외신들이 CES에서 주목할 기술로 꼽은 프랑스 위딩스의 종합 건강 진단기인 빔오(BeamO). 가정용 게임기처럼 생긴 빔오는 체온계와 심전도계, 산소농도계, 청진기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 사진제공:Withings ]


씨넷과 포브스는 모두 프랑스 위딩스(Withings)의 종합 건강 진단기인 빔오(BeamO)를 이번 CES에서 주목할 기술로 꼽았습니다. 가정용 게임기처럼 생긴 빔오는 체온계와 심전도계, 산소농도계, 청진기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광파와 음향 정보를 토대로 혈류와 온도를 감지하고 심장과 폐 건강 상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은 “스마트폰보다 작고 휴대성이 뛰어나 집에서도 간단한 측정만으로 건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올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심장과 폐 진단기가 체온계처럼 가정용 상비용품으로 놓일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 국내 관심도 급증하는 에이지테크(AgeTech) 

올해 CES에서는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활약했습니다. 비영리 민관단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스타트업 116개사 중 헬스케어 분야가 총 30개사(25.86%)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3차원(3D) 프린팅 의수 개발 기업 ‘만드로(Mand.ro)’를 비롯해 AI 전립선암 진단 솔루션 ‘딥바이오(deep bio)’와 재생의료 스타트업 ‘플코스킨(plcoskin)’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에이지테크

[ 기술의 발달로 에이지테크 역시 집과 일상의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


시장분석업체인 포레스터의 아리엘 트르진스키(Arielle Trzcinski) 수석 애널리스트는 “경영 악화로 병원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환자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의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CES 에이지테크 세션에서 박홍 삼성전자 시니어헬스케어 담당은 “건강관리 분야에서 인력 부족은 매우 심각한데 해답은 기술뿐”이라며 “현재의 건강관리 시스템으로는 돌봄 수요를 맞출 수 없는 만큼 산업, 정부, 학계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산업계의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듯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전례 없는 인구구조 변화 속에 50대 이상의 인구가 소비를 주도하는 장수경제(Longevity Economy)가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30년 8092억 달러(약 1063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앤디 밀러 미국은퇴자협회(AARP) 제품개발부문 선임부사장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지테크 시장은 2050년까지 100조 달러(약 13경 3700조원)로 예상된다”며 “지난 10년 동안 핀테크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향후 10년은 에이지테크가 이끌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제 에이지테크는 가전업체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간편해진 기술만큼 일상으로 들어온 항노화와 건강은 내 집, 내 침실과 욕실에서 구현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주거의 형태나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약물이나 음식으로 젊어진다는 이른바 ‘현대판 불로초(不老草)’라 불리는 ‘세놀리틱스(Senolytics)’라는 약물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영생을 갈구했던 진시황이 지금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다소 허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이영완

동아일보와 동아사이언스를 거쳐 조선일보에서 19년간 과학기자로 일하다가 조선미디어그룹의 인터넷 경제매체인 조선비즈로 자리를 옮겨 과학에디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27~28대 회장을 지냈으며, 과학기술부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한국과학기자협회 올해의 GSK 의과학 기자상,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창의보도상,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등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수료했으며, 미 하버드대 의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3D 프린터와 줄기세포를 결합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현대건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영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