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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따라 랜선투어] <에밀리, 파리에 가다>로 보는 파리

2021.11.17 3min 13sec

파리 전경-출처 게티이미지


길어지는 팬데믹으로 여행이 아련한 첫사랑과 비슷한 존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수많은 여행 매니아들이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집에서 보는 영화나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됐고, 이 기막힌 타이밍에 여행 욕구를 채워주는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에밀리, 파리에 가다>입니다. 낭만 가득한 프랑스 파리, 아름다운 그녀가 선보이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에 훈훈한 인물들까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10부작 시리즈. 그 아름다운 파리로 랜선 여행을 떠나볼까요. 



쉽지 않은 그녀의 파리 적응기

여행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한 번쯤 파리에서의 삶을 꿈꾼 이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센강에서 산책하며 와인을 마시고, 에펠탑을 바라보며 연인과 손을 잡고, 노천카페에 앉아 핫초코와 크루아상을 먹으면서 살아보는 꿈. 쉽게 이뤄지지 않기에 더욱 많은 이가 상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시카고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 에밀리(릴리 콜린스)가 갑자기 파리로 발령을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사실 이 드라마가 상영되기 전부터 빅 히트의 조짐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제작자인 ‘대런 스타’는 미국의 유명한 드라마 제작자로, 과거 <베버리 힐스 아이들> <섹스 앤 더 시티> <영거> 등 이미 수많은 히트작을 배출한 업계 최고의 1인자이기 때문입니다.
시카고 길버트 그룹의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는 에밀리 쿠퍼는 열정 가득하고 능력 있는 직원입니다. 원래 파견가기로 했던 상사 매들린의 임신으로 갑작스럽게 에밀리의 파리 파견이 결정됩니. 설렘을 안고 길버트 그룹이 인수한 파리의 마케팅 회사 사부아르로 떠난 그녀를 반기는 건 직원들의 차가운 반응. 인수를 당한 회사 직원들이 그녀를 따뜻하게 반겨줄 리 없는 데다 불어를 하지 못하니 더욱 친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며 서러움과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했지만 씩씩하게 자신의 전문 분야인 마케팅 업무로 동료들과 소통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점차 능력을 인정받습니다. 드라마에서 그녀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담당자로 나오는데 일과 일상을 어찌나 잘 보여주는지 가상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마치 현실 속 그녀의 전부처럼 느껴집니다.


팔레 루아얄 정원 안뜰의 다니엘 뷔랑 작품. 인증샷 핫플레이스로 유명

[ 팔레 루아얄 정원 안뜰의 다니엘 뷔랑 작품. 인증샷 핫플레이스로 유명합니다. ]


새 회사 직원들과 어울리지 못한 에밀리가 혼자 점심을 먹던 곳은 팔레 루아얄 정원(Jardin du Palais Royal)입니다. 이곳에서 에밀리는 파리 생활에 큰 힘이 되어줄 좋은 친구 민디를 만납니다. 루브르 궁전에 연결돼 있는 이곳은 과거 루이 13세의 재상 리슐리외의 저택이었는데 그가 죽은 후 왕가에 기증되면서 ‘왕궁’을 뜻하는 ‘팔레 루아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고풍스러우면서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분위기의 이 정원은 베르사유 궁전이 완공되기 전까지 왕족들의 실제 거주지였습니다. 에밀리와 민디의 첫 만남 이후 이들은 이곳의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고 고민을 나누며 우정을 다지게 됩니다. 팔레 루아얄 정원에 간다면 중앙 안뜰에 있는 줄무늬 기둥 앞에서 드라마 속 에밀리와 민디처럼 인증샷을 남겨봅시다. 이는 프랑스 미술가 다니엘 뷔랑의 작품인데 파리의 필수 사진 촬영 명소로 유명합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사색을 즐기는 진정한 파리지엥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니, 그들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할 것을 추천합니다.



에밀리에게서 오드리 헵번 찾기


화려한 장식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오페라 가르니에의 대연회장

[ 화려한 장식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오페라 가르니에의 대연회장 ]


블랙 드레스를 차려입고 한껏 멋을 낸 에밀리가 발레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간 공연장은 또 하나의 명소,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입니다. 1875년 오픈한 이곳은 당시 무명의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가 공모전에 당선돼 작업했습니다.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고자 화려한 공연장을 원하던 나폴레옹 3세의 뜻에 따라 수급할 수 있는 최고의 건축자재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꼭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공연장 내부를 관람하는 투어가 있을 정도로 그 웅장함이 대단합니다. 이곳에 간다면 꼭 봐야 할 두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천장의 그림과 거대한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대공연장이 첫 번째. 천장의 그림은 러시아 출신의 화가 마르크 샤갈의 ‘꿈의 꽃다발’이라는 작품입니다. 그가 사랑했던 차이콥스키, 드뷔시, 모차르트, 바그너 등의 발레와 오페라 장면을 묘사한 작품으로, 실제로 보면 상상 못한 아름다움에 넋이 나갈 정도. 공연장 자체도 멋스럽지만 천장을 가득 메운 그 아름다운 색채와 선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장소는 대연회장입니다.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화려한 골드 컬러의 장식과 수많은 거울로 마치 현실이 아닌 꿈 속의 광경을 보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꿈이 아니라 현실에 서 있다고 깨닫게 된다면, 수많은 관광객이 동시에 누르는 카메라 셔터 소리 때문일 듯합니다. 꼭 건축이나 그림 관련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움과 흥미에 젖어들기에 충분한 이곳에서 에밀리는 1975년 개봉한 영화 <퍼니 페이스>의 오드리 헵번을 오마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드레스와 표정, 분위기까지 거의 그대로 느껴지니 이 또한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입니다.


프랑스의 오랜 역사를 품은 카페 드 플로르

[ 프랑스의 오랜 역사를 품은 카페 드 플로르 ]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파리의 대표 커피숍,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입니다. 파리의 노천카페에서는 몇 가지 재미난 특색이 보입니다. 야외 좌석이 극장처럼 일렬로 배열돼 있다는 것, 그리고 담당 서버가 정장 혹은 긴 앞치마를 두른 채 상당히 정중하게 음료를 서빙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카페 드 플로르가 파리를 대표하는 카페로 손꼽히는 건 오랜 역사의 이유가 가장 큽니다. 1887년 오픈해 지금껏 영업 중인 이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알베르 카뮈, 파블로 피카소, 이브 생 로랑 등 유명 예술가, 작가, 정치인 등이 자주 모였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에밀리는 혼자 이곳에 갔다가 자연스럽게 옆자리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핫초코를 마시는데, 이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파리의 작은 문화 중 하나이니 파리를 여행한다면 시도해 보기를 바랍니다.
2020년 10월 넷플릭스에서 이 시리즈가 첫 방영된 이후 엄청난 인기를 얻은 주인공 릴리 콜린스는 영국의 유명 가수 필 콜린스의 딸입니다. 2009년부터 TV시리즈에 출연했지만 <백설공주> 외엔 딱히 성공작이 없었던 그녀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대성공 이후 세계적인 인기 스타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녀의 절친으로 등장하는 민디는 극 중 부유한 집안의 중국계 미국인으로 나오지만 자랑스럽게도 그녀는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노래와 춤, 연기에 대단한 재능이 있어 아무나 입성하지 못한다는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현재 맹활약 중이라고! 올해 안에 추가로 개봉될 시즌2에서도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프랑스 파리 여행 팁
 파리의 백화점에 가봐야 하는 이유


프렝탕 백화점 루프톱에서 식사 혹은 음료를 한잔 마시며 파리 시내를 감상할 수 있

[ 프렝탕 백화점 루프톱에서 식사 혹은 음료를 한잔 마시며 파리 시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


파리의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넘어 문화를 판매합니다. 루프톱에서 샴페인 한잔과 함께 파리 시내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프렝탕 백화점(Printemps Haussmann), 천장의 트램펄린과 화려한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등 시즌마다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트렌디함을 무기로 진정한 패션 리더를 유혹하는 봉 마르쉐(Bon March) 등 파리에 간다면 반드시 백화점을 둘러봅시다. 여러 관광지를 하나로 합친 것만큼의 큰 감동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사진=루꼴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