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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엔 한가하게 걸어서 고궁 속으로

2021.09.17 2min 14sec

여느 명절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거나 멀리 이동하기 힘든 추석입니다. 그러나 연휴에는 언제나 설렘이 가득한 법. 가족과 추석 분위기도 즐기고 여유까지 갖고 싶다면 도심 속 궁궐을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요. 주인이 사라진 옛터의 고궁은 가을의 정취를 머금고 새로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의 상징, 경복궁

경복궁은 1395년 조선 태조가 한양에서 새로운 왕조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처음 지은 궁궐입니다. 조선의 상징으로 여겨져 역사의 부침에 따라 유난히 소실과 재건이 반복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복궁의 건축은 여느 궁궐보다도 품위 있습니다. 입구인 광화문을 지나 홍례문과 근정문, 근정전에 이르는 핵심 공간은 대칭적이며 엄숙합니다. 근정전 뒤로는 왕과 왕비의 생활 공간, 후원 아미산, 서재와 정자 등이 이어집니다. 경복궁의 후원을 대표하는 경회루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큰 규모의 목조건물로 임금이 연회를 열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곳입니다. 후원 가장 안쪽에 자리한 향원정은 보다 아늑하고 아기자기합니다.
|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 매주 화요일 휴궁


가장 한국적인 궁궐, 창덕궁


창덕궁


창덕궁은 조선의 궁궐 중 오랜 기간 동안 임금들이 거처했던 궁으로, 1398년 왕자의 난을 일으킨 태종이 아버지가 지은 경복궁을 두고 1405년에 새로 지은 궁궐입니다. 경복궁과 창덕궁이 조선의 대표 궁궐로 손꼽히며 비교되는 데에는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 부자 간의 애증의 역사도 한 몫합니다. 경복궁은 건물 배치가 직선·대칭적인 반면, 창덕궁은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뤄 자연스럽게 건물을 배치해 비정형 조형미를 지닙니다. 역사적·건축적 가치와 후원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창덕궁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한국 공간 미학의 정수로 꼽히는 후원은 창덕궁 관람의 백미입니다.
| 관람 시간 |  창덕궁 오전 9시-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 후원 오전 10시- 오후 5시30분(입장 마감 오후4시, 별도 예약 필수), 매주 월요일 휴궁


근대 역사 격변의 산증인, 덕수궁


덕수궁


덕수궁은 정릉동 행궁에서 경운궁으로, 이후 1907년에 고종의 국호를 딴 덕수궁으로 개칭됐습니다. 고종이 근대화를 추구하며 도입한 서양 건축 양식 덕분에 궁궐 풍경은 매우 이국적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현재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사용되는 석조전. 보통 궁궐에서는 왕이 업무를 보는 정전(正殿)과 신하를 만나던 편전, 잠을 자던 침전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석조전은 그 자체가 하나의 궁처럼 모든 기능을 갖췄습니다. 고종이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정관헌은 나무를 서양식 기둥처럼 사용하고 포치(Porch, 출입구 위에 설치해 비바람을 막는 작은 지붕)를 두르는 등 독특한 모습을 띕니다. 
|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9시(입장 마감 오후 8시), 매주 월요일 휴궁


한양의 법궁 못지않은 화성행궁


한양의 법궁 못지않은 화성행궁 

ⓒ장민준(2019 수원화성 UCC 사진 공모전)


전국의 행궁 가운데 화성행궁은 규모나 격식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입니다. 정조가 1789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수원에 행궁을 짓기 시작해 1796년에 완공됐습니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치러진 봉수당,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에도 훼손되지 않고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낙남헌이 대표적 건물입니다. 화성행궁을 둘러보려면 수원화성을 만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원화성은 당대에 동원 가능한 모든 기술을 집약해 만든 성곽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습니다.

|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연중 무휴)


경주 야경 제1의 명소, 동궁과 월지


동궁과 월지


경주에 위치한 통일신라시대 궁궐 유적인 동궁(東宮)과 월지(月池)는 여행객은 물론 경주 시민들도 즐겨 찾는 ‘야경 맛집’입니다. 안압지라는 명칭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발굴 조사를 토대로 2011년 동궁과 월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문무왕 때인 674년에 연못인 월지가 조성됐고, 삼국통일 이후인 679년에 신라의 태자(왕자)를 위한 동궁이 지어졌다고 전합니다. 동궁과 월지의 조경은 지금 보아도 뛰어납니다. 동서의 길이 약 200m, 남북의 길이 약 180m 규모의 월지는 남서쪽 둘레는 직선인 데 반해 북동쪽 둘레는 구불구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 못의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마치 바다처럼 보입니다. 그리하여 동궁 내 전각의 이름을 ‘바다를 내려다보는 전각’, 임해전이라 지었습니다. 임해전은 나라의 경사를 축하하고 외국의 사신을 영접하는 연회장이나 회의장 등으로 이용됐으며 신라의 희비를 함께했던 역사의 주요 무대였습니다. 
|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10시(입장 마감 오후 9시30, 연중 무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실내 관람과 해설이 중단된 곳이 대부분이므로 필요한 경우, 문의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계절과 상황에 따라 개장 시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복 입장 시 무료 관람이 가능하니, 한복 착용 가이드라인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9월20일~22일)에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개방합니다. 다양한 행사도 함께 준비돼 있으니 일정을 확인해 봅시다.


글=김보나 / 사진=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수원문화재단,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