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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서 만난 인문학 ] 혼자 떠나도 좋은 ‘춘천 김유정 문학촌’

2021.06.28 2min 26sec

서울에서도 가깝게 다녀올 수 있는 춘천. 춘천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지하철까지 연결되면서 여행객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춘천을 떠올리면 닭갈비와 막국수가 필수 코스이지만 ‘김유정 문학촌’을 기억하는 방문객도 꽤 많죠. 김유정 문학촌은 경춘선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있는 ‘김유정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유정역. 한국 철도 최초로 역명에 사람 이름을 사용했다.

[ 김유정역. 한국 철도 최초로 역명에 사람 이름을 사용했다. ]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문학작가 김유정(1908~1937).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의 작품은 수많은 독자에게 읽혔고 춘천 신동면에는 김유정의 이름을 딴 기차역 ‘김유정역’이 있습니다. 김유정역은 한국 철도 최초로 역명에 사람 이름을 사용한 역입니다. ‘신남역’이었던 역명을 2004년 12월에 ‘김유정 역’으로 개명했습니다. 또한 인근의 신남우체국도 2013년에 김유정우체국으로 개명했습니다. 우체국 명칭에 사람 이름이 붙은 것도 ‘김유정우체국’이 전국 최초입니다.

강원 춘천시 신동면 실레길에 자리한 ‘김유정 문학촌’은 주말이면 남녀노소 방문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2018년 기준 누적 방문객 수가 3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김유정 생가

[ 김유정 생가 ]



30세 짧은 생을 살고 간 김유정

김유정은 1908년 2월, 2남6녀 중 중 일곱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하고 말을 더듬어 늘 소극적이고 과묵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형과 누나의 보살핌으로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서 새롭게 터를 잡으며 재동공립보통학교 졸업,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검정(檢定)으로 입학하고 소설가 안회남과 각별하게 지냈습니다. 김유정은 1928년, 인간문화재 박녹주의 공연을 처음 보고 열렬히 구애를 했습니다. 그러나 박녹주에게 거절당하고 고향으로 귀향해 실레마을에서 야학운동을 펼칩니다.


작가 김유정의 모습

[ 작가 김유정의 모습 ]


형의 방탕한 생활로 집안이 몰락한 후, 1933년 서울로 다시 올라간 김유정은 고향의 이야기를 소설화하기 시작합니다. 잡지 <제일선>에 '산골나그네'를, <신여성>에 '총각과 맹꽁이'를 발표하고, 1935년 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1등으로 당선되면서 작가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후 구인회 후기 동인으로 가입하면서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했지만, 폐결핵과 치질이 악화되면서 병마에 시달립니다. 

김유정은 생의 마지막 해인 1937년 다섯째 누이 유흥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죽는 날까지 펜을 놓지 못합니다. 오랜 벗인 안회남에게 편지 쓰기(필승前. 3.18)를 끝으로 짧았던 삶을 마감합니다. 김유정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38년, 삼문사에서 김유정 단편집 『동백꽃』이 처음으로 출간됐습니다.



한지공예, 도자기, 민화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김유정 문학촌을 거닐다 보면 두 개의 모형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유정의 대표작 '봄 · 봄'과 '동백꽃'에 나오는 두 장면을 모형물로 만들어놓은 것이죠. 김유정이 1935년에 발표한 '봄 · 봄'은 순진한 주인공이 마름의 딸 ‘점순’이와 혼인하기 위해 데릴사위로서 약정된 머슴 노릇을 하며 겪게 되는 일을 그린 작품입니다. 토착적인 정감과 인간의 순진성에 대한 연민이 해학미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동백꽃'은 1936년 <조광>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농촌소설’이라는 표제로 농촌의 순박한 처녀 · 총각이 사랑에 눈떠가는 과정을 해학적으로 그렸습니다. 주인공이 동갑내기 처녀 점순이한테 닭싸움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유명한 장면을 묘사한 조형물은 김유정 문학촌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반깁니다.

김유정 문학촌 문학전시관에는 김유정의 작품 전시를 비롯해 1930년대 농촌 모습, 닥종이 인형으로 표현한 '봄 · 봄'의 명장면, 작품 배경 지도, 구인회 소개, 김유정 추모 활동 등이 소개돼 있습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김유정의 작품이 수록된 수많은 출간물입니다. 특히 1940년 출간된 소설집 『동백꽃』의 표지에는 빨간 동백꽃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데, 김유정이 '동백꽃'에서 묘사한 빨간 동백꽃이 아니라 강원도에서는 ‘동백꽃’이라 불렸던 노란 ‘생강나무꽃’입니다. 1990년대까지는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이 점을 모르고 빨간색 동백꽃을 표지 그림으로 사용했습니다.


문학전시관에는 1950년대 간행된 김유정 소설집이 전시돼 있다.

문학전시관에는 1950년대 간행된 김유정 소설집이 전시돼 있다. ]


김유정 문학촌에서는 현지의 문화해설사에게 김유정의 생과 작품 세계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다. 방문 일주일 전에 김유정기념사업회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한데, 귀로 듣는 이야기가 훨씬 인상에 남는데요. 이외에도 김유정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을 비치한 ‘김유정 이야기집’, 김유정의 작품 '동백꽃'의 아름다운 문장을 공예품으로 접목시킨 ‘한지공예 체험방’ ‘김유정 소설의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보는 ‘도자기 체험방’, 실레마을의 풍속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민화 체험방’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습니다(사전 신청 필수).



금병산을 뒤로한 실레이야기길

김유정 문학촌을 둘러본 후에는 작품에 나오는 지명을 둘러볼 수 있는 문학 산책로 ‘실레이야기길’을 거닐어도 좋습니다. 김유정의 고향이자 다수의 작품 배경이 된 실레마을. 김유정은 실레마을에서 목격한 일을 '산골나그네'의 소재로 삼았고, 마을의 실존 인물들을 작품에 등장시켰습니다.

'실레(증리)’는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마을명이다.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등에 나오는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두포전'에 등장하는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동백꽃' '산길'에서 볼 수 있는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실레이야기길에 숨겨진 이야기 16마당을 찾다 보면 김유정 문학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김유정 문학촌

주소  강원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 1430-14

관람시간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 동절기 오전 9시30분~오후 5시

휴무  월요일 / 1월 1일 / 설날, 추석 당일

입장료  2000원

문의  033-261-4650


글=엄지혜  <채널예스> 기자 / 사진=엄지혜 기자, 김유정 문학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