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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읽는 시간

2021.04.27 1min 43sec

초록을 읽는 시간 


잿빛 하늘과 마스크가 마치 기본 값이 된 것 같아 슬퍼지는 봄날. 그럼에도 봄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푸른 싹을 틔우는 자연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우리 주변에서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마운 나무와 식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글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그림 야라 코누│토토북

씨앗
천진난만한 발상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사랑받는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의 그림책. 엄마 나무가 품고 있던 백 개의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여행을 떠나기에 완벽한 날이라고 생각했으나, 웬걸. 백 개의 씨앗 중 열 개는 도로 한복판에 떨어지고, 스무 개는 강물에 빠지고, 또 스물다섯 개는 새들이 콕콕 쪼아 먹어버립니다. 점점 줄어드는 씨앗의 개수로 과연 싹을 틔울 수 있을지 읽는 내내 조마조마해집니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씨앗의 여행을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재치 있는 표현으로 구성해 이야기에 절로 빠져듭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씨앗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무가 자라는 빌딩』
글 윤강미│창비

나무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주관한 ‘제1회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전시에서 관람객 투표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도시에 사는 아이가 미세먼지가 뿌옇게 낀 하늘을 바라보다, 자신만의 집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계절 맑은 공기를 내뿜는 식물 연구소, 꽃과 나무가 마법처럼 쑥쑥 자라나는 놀이터, 동물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커다란 온실까지.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공간의 변주가 리듬감 있게 펼쳐지며, 회색도시가 초록도시로 변해가는 산뜻한 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이 편견 없이 한데 어울려 노는 초록도시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책장을 넘겨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글 권정민│문학동네
  

당신
알로카시아, 몬스테라, 틸란드시아, 파키라 등 길고 낯선 이름이지만 유행을 따라 먼 곳에서부터 우리나라로 온 식물들입니다. 이 그림책은 식물의 시선으로 관찰한 현대인의 모습을 담담한 어조로 담아냈습니다. 제목 속 ‘우리’는 식물이고, ‘당신’은 식물을 키우는 사람입니다. 사무실, 카페, 서점 등 식물을 고심해서 가져다 놓지만 정작 식물의 이름은 곧잘 잊어버리는 당신. 돌보는 것도 잊을 만큼 바쁘게 살아가다가 동시에 죽어가는 식물의 작은 숨소리를 듣고 시간과 정성을 쏟습니다. 무심하지만 다정한 ‘당신’과 당신의 공간과 마음 속 허전한 구석까지 싱그럽게 채워주는 ‘우리’의 동거 이야기, 만나볼까요?


『식물의 책』
글 이소영│책읽는수요일

식물의 책
국립수목원, 농촌진흥청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하며 식물을 관찰해 온 이소영 식물세밀화가가 들려주는 식물 이야기. 익숙한 민들레, 개나리, 은행나무부터 몬스테라, 스투키, 라벤더처럼 먼 나라에서 건너온 식물까지 우리 옆에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가지각색 식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세밀화와 함께 담았다. 식물의 어원, 유래, 품종, 기본 상식 등 오랜 시간 세심한 관찰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심도 있는 정보까지 이제 막 반려식물을 키우기 시작했거나 플랜테리어를 계획하는 입문서로 추천한다.  


『나무를 심은 사람』
글 장 지오노│그림 최수연│두레

나무
프랑스가 사랑한 작가 장 지오노의 대표작입니다. 1953년처음 발표된 이래 25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고전이죠. 주인공 부피에는 메마르고 황폐한 땅에 홀로 정착해 수십 년 동안 성실하게 나무를 심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버려진 땅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죠. 아무런 대가와 보상을 바라지 않고 인생을 바쳐 나무를 심은 부피에의 고귀한 희생과 아름다운 실천은 대지와 지구,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꿔 놓는 기적을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다. “사람들이 나무를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더 정확히는 나무 심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말한 장 지오노의 바람대로, 이번 봄에는 나무를 심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