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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 산책] 봄의 컬러테라피 ‘따뜻한 안정감’

2021.04.09 3min 2sec

길었던 겨울이 끝나니 세상이 조금씩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회색빛 날카로운 바람이 지나간 후 아이보리빛 봄바람이 보드랍게 살랑대고, 얼어붙었던 땅에는 파릇한 새싹의 연둣빛이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겨우내 경직됐던 몸을 풀어주는 따스한 봄기운을 우리의 옷과 음식, 모든 자연 속에서 시각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바뀌는 나의 마음, 봄엔 어떤 색으로 채워질까요?


컬러가 갖는 힘에 대하여

색은 태양빛 에너지에서 비롯되는 전자 파장의 한 종류입니다. 빛의 여러 에너지 중 유일하게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의 파장을 ‘가시광선’이라고 하는데, 이 가시광선 안의 색은 우리가 삶에서 보고 사용하는 모든 색을 포함합니다. 색이 가진 고유의 파장은 그 특성에 따라 사람의 정신, 신체, 감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사람이 표현하고 드러내는 색 또한 그 사람만의 개성과 정보를 담아냅니다. 이렇듯 색은 우리의 삶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상 곳곳에서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계절을 표현하는 색채는 누구나 익숙하게 보고 경험해 왔기에 쉽게 떠올릴 수 있죠. ‘봄’이라는 단어에서 사람들은 어떤 컬러를 떠올릴까? ‘노랑’ ‘초록’ ‘분홍’ 세 컬러가 압도적입니다.


봄의 컬러테라피 ‘따뜻한 안정감’


세상 곳곳의 온화함 ‘분홍’

따스한 모성애와 자기애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분홍은 온순하고 온화한 기분을 만들어줘 우울증 치료제라고도 불리는 색입니다. 벚꽃을 연상시키는 파스텔 톤의 베이비핑크, 조금 바랜 듯 아날로그 감성을 주는 올드로즈, 무리 지어 함께 살아가는 산호의 색인 코럴, 강렬하고 통통 튀는 매력의 핫핑크 등 여러 계열을 통틀어 ‘분홍색’이라고 할 만큼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얀 사탕보다 분홍 사탕이 더 달콤해 보이고, 분홍빛을 띠는 향수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비현실적인 상상과 꿈이 있는 곳을 그릴 때면 분홍색 구름이 펼쳐진 듯한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분홍색이 주는 온화함은 곧 사랑의 힘으로,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과 수용의 힘은 우리가 살아가는 기초이며 가장 궁극적인 바탕이 되는데요. 1950년대 미국의 교도소와 취조실 내부 인테리어를 분홍색 벽으로 바꾸자 재소자들의 거친 행동이 잦아들고 사고 발생률도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분홍색은 그런 사랑의 힘을 불러일으키는 에너지를 우리에게 아낌없이 부어줍니다.


봄의 컬러테라피 ‘따뜻한 안정감’


밝고 힘찬 에너지 ‘노랑’

노란색은 유채색(색을 가진 색) 중에서 가장 밝게 빛납니다. 땅과 생명에 생동감과 온기를 부여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색입니다. 눈부신 햇살 같은 노란색은 ‘자아’를 의미해 자신감, 자존감과 관련된 고민이나 생각이 많아질 때 끌립니다. 또 지식적 탐구나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일 때 당기는 경우도 많아 지식에 대한 의지와 변화, 도전의 컬러로 통하기도 합니다. 노란색은 두뇌 활동을 활발히 하거나 소화를 촉진시키는 에너지가 있어 회의실이나 다이닝룸에 활용하면 좋습니다(변비를 완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이해와 명료함을 불러오는 노랑을 공간에 입히면 햇빛이 들지 않는 방이라도 밝고 상쾌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모르는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길을 물을 때 노란 옷을 입은 사람에게 가장 많이 말을 건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낯선 환경에서 친근감과 호감을 주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죠. 우리 주변에는 어떤 ‘노랑’이 있는지 찾아보자. 생각보다 많이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봄의 컬러테라피 ‘따뜻한 안정감’


자연을 고이 품은 ‘초록’

봄에 새로이 솟아나는 풀잎의 연두색에서부터 늦여름 무성한 숲의 진초록에 이르기까지 초록은 자연 그대로의 색입니다. 이 색은 조화와 균형의 에너지를 머금어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줍니다. 황갈색으로 메말랐던 흙에 봄기운이 돌면 곳곳에 연둣빛 새싹이 돋는데, 아스팔트 틈새를 비집고 초록을 틔우기도 합니다. 이 새로운 생명은 자신의 자리에서 천천히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세상을 이루는 모든 색 중 가장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색이 탄생하는 시기입니다. 봄의 초록색을 떠올릴 때 많이 연상하는 컬러는 여린 새싹의 연둣빛 초록입니다. 생동감 도는 밝은 톤의 연두색은 불안한 마음의 해소를 돕습니다. 여린 잎의 색이기에 연약할 것만 같은 연두색은 주변의 인간관계와 현실에 대해 친화력을 갖게 하고 자신이 속한 세상이 완벽해질 수 있도록 스스로 보완해가는 능력을 갖습니다. 긴 고난의 겨울을 견뎌내고 움트는 초록의 에너지는 그 어떤 색보다 생명력 있는 힘을 지니죠. 초록의 치료 능력은 가히 놀랄 만합니다. 고대 로마제국에서는 납작하게 다듬은 에메랄드로 안경을 만들어 눈의 피로도를 낮출 때 사용했다는 문헌이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표준 녹색 중 살짝 어두운 회색빛의 녹색이 눈의 피로도를 낮추기 때문에 학교 칠판이나 외과 수술실에 응용되기도 합니다. 색채론 3부작을 저술한 대문호 괴테는 “더 이상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머무는 방에는 녹색 벽지를 바른다”는 글을 남긴 바 있습니다.


봄의 컬러테라피 ‘따뜻한 안정감’


봄, 그리고 파스텔 컬러

봄의 컬러는 곧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어우러질 때 더욱 아름다움을 내뿜는 파스텔 컬러의 향연입니다. 유럽의 로코코 시대 또한 파스텔 톤의 시대로 유명한데, 순색의 염료가 아니라 희귀했던 혼합 색인 밝은 파스텔 컬러는 궁중과 귀족의 우월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특별하게 다뤄졌습니다. 파스텔 톤이라 부르는 페일 톤(Pale Tone)은 심리적으로 ‘선명한 원색이 가진 의미가 더욱 긍정으로 확장됨’을 뜻합니다. 내가 가진 긍정 에너지를 더욱 부드럽게 풀어내고자 하는 심리이기도 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이 들 때면 내면에 파스텔 컬러의 물결이 일어나고 그 마음은 곧 타인을 향한 배려심, 사려 깊은 눈빛과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파스텔 컬러에서 긍정이 아닌 허전한 마음이 느껴진다면 좀 더 강한 활력과 몰입하는 파워, 선명한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심리가 내면에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간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컬러를 활용하면 사람들에게 적재적소에 맞는 에너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생활하는 장소나 회사 내 직원들의 휴식 공간에는 친화력과 안정감을 높여주는 연두색이나 민트색을, 식사나 간식을 먹는 식음료 공간에는 소화를 촉진하는 부드러운 노란색을 활용해 볼까요?


추천! 이럴 땐 이 컬러를 쓰세요


빨강

힘이 부족하거나 무기력하고 지칠 때

행동력과 활력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컬러. 현실 감각과 리더십을 대표하며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힘과 의지력을 북돋아줍니다.

보라

우울하거나 슬플 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

자유로운 감정의 흐름을 가진 영적인 컬러로 통합니다.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정신 활동에 도움을 주며 예술적인 영감을 자극합니다.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 위안을 주는 치유의 에너지가 있습니다.

파랑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거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때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이해력과 말하는 힘을 주고 신뢰감을 형성하는 대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긴장한 신체를 이완시키고, 이성적 사고와 신중한 판단력에 도움을 줍니다.

주황

긴장하거나 불안정하고 삶이 지루하다 느낄 때

생동감을 더해줘 입맛이 없을 때, 자극이 부족할 때 좋습니다. 낙천적인 에너지가 필요할 때 명랑함과 즐거움을 주며 신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흰색
현재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막막함이 있을 때
빛과 진실의 컬러로 어지러운 마음을 정화시키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순수한 상태로 되돌리는 힘이 있습니다.


글=임휘성 컬러테라피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