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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리야드 380kV 송전선로 공사 현장, 사우디 중부 지역을 은빛으로 수놓다

2021.01.25 3min 34sec

256㎞, 710개 송전탑··· 사우디 중부 지역을 은빛으로 수놓다


국가 개조 프로젝트가 한창인 사우디아라비아, 그 중심에 수도 리야드가 있습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 면적 4배 규모의 ‘킹 살만 파크’, 6개 노선의 지하철과 급행 버스 체계, 69만4215㎡에 달하는 메디컬시티 등이 모두 이곳에 조성됩니다. 리야드 380kV 송전선로 공사는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는 리야드에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서남부 방향, 거친 모래를 가로지르며 한참을 달리니 생경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크고 높은 바위 협곡이 장관을 이루는 ‘엣지 오드 더 월드(The Edge of The World)’와 그 위로 세워진 은빛의 송전탑입니다. ‘사우디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이곳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리야드 380kV 송전선로(이하 ‘ST8L’) 현장’의 공사 구간으로, 도심지 외는 모두 사막일 것이라는 사우디의 고정관념을 180도 바꿔 놓았습니다.
ST8L 현장은 리야드 서부 지역의 2개 발전소(PP12·PP13)에서 생산된 전기를 리야드 시내와 위성도시인 알 질라(Al Jilah)에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현대건설은 총 256㎞ 규모의 송전선로와 710개의 송전탑을 신설하고, 기존 송전선로를 이설·보강하는 프로젝트를 2015년 2월 턴키(Lump Sum Turnkey)로 수주했습니다. 공사 금액은 약 1억3000만 달러입니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 아시르 전화사업, 리야드 변전소 설치 공사를 시작으로 사우디 송·변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사우디에서 수행한 송·변전 공사는 약 70개, 송전선로의 총 길이는 1만7976㎞로 사우디 초고압 전력망의 20%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사우디 전력 분야에서는 현대건설의 경쟁자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부한 노하우와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현대건설이지만, 입찰 당시는 장밋빛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는 발주처인 사우디전력청(SEC)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동부·서부·남부·중부(본청)로 나뉘는 사우디전력청은 지역마다 문서 양식, 설계·시공감리 기준이 달라 각기 다른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건설은 그간 막대한 물량이 몰린 동·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공사를 진행해 왔고, ST8L 현장이 위치한 중부 지역에는 지난 20년간 입찰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사우디 전역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판단하에 공격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쌓아온 공사 노하우와 숙련된 기술 인력을 내웠고, 이윽고 승리의 미소를 지었죠.



설계 능력과 경제성 최고, 스타·스페셜 타워


스타타워 시공 모습

[ 스타타워 시공 모습 ]


문제는 수주 다음부터였습니다. 수십 년간의 공사로 동·서부 지역에는 공사 인프라(현장사무소, 숙소, 야적장 등)가 모두 갖춰져 있지만 중부 지역은 그렇지 않았던 것. 현장 직원들은 맨 땅에 헤딩하듯 모든 기반을 새로 갖춰야 했습니다. 공사 구간이 넓고 공사 내용이 복잡한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현장은 4개의 포션(Portion, ‘이하 P’)으로 나눠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메인 작업인 P-1과 P-2는 2개의 신규 발전소와 연결되는 송전선로를 신설하는 공사입니다. 송전선로는 각각 88㎞와 169㎞이며, 철탑 수량은 240개, 454개였습니다. P-3과 P-4는 송전선로를 이설(Modification)하는 공사입니다. 기존 발전소와 변전소에 연결된 선로를 보강하고 이동하는 것으로 추가 철탑이 각 10개, 6개씩 세웠습니다.
그중 까다로운 공정은 P-3에 포함됐습니다. 운영 중인 발전소 부지에서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공사 부지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 현장은 ‘어려움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문제를 타개해 나갔습니다.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자 새로운 스타일의 철탑을 설계, 기존 2회선 송전탑의 두 개 분량인 4회선 송전탑 ‘스타타워(Star Tower)’를 탄생시켰습니다. 높이 90m, 무게 180t에 이르는 스타타워 설치를 위해 300t 유압 크레인과 함께 우리 회사와 10년 이상 함께해 온 숙련공들이 동원됐습니다. 현장은 대형 크레인으로 블록을 맞추듯 격자무늬 철 구조물을 하나씩 조립하며 스타타워 2기를 성공적으로 설치했습니다.


리야드 380kV 송전선로 공사 현장 상상 일러스트. 보라빛 하늘과 사막 위 낙타가 아름답다. 

[ 리야드 380kV 송전선로 공사 현장 상상 일러스트 ]


현장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공사는 P-2에 있습니다. 와디(Wadi, 협곡) 지역인 ‘엣지 오드 더 월드’를 지나가는 P-2 구간은 선로가 0m(평지)에서 해발 200m까지 오르내렸습니다. 현장 직원들은 수차례 와디 지역을 다니며 송전탑 스포팅(Spotting) 위치를 선별했죠. 위험한 지형에서 진행하는 공사인 만큼 송전탑도 특별하게 설계했습니다. 스페셜타워(Special Tower)는 일반 송전탑의 두 배 경간인 800m마다 놓을 수 있는 특수 철탑입니다. 암반 지역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스페셜타워 덕분에 현장은 자연경관과 은빛 철탑이 조화로운 미관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2015년 2월 착공한 현장은 최근 스타타워 조립 및 가공 송전선 설치를 완료했으며, 현재 공간의 경제성을 위해 현대건설이 설계한 전주(전선을 지지하는 기둥) 모노폴(Monopole) 및 초고압 케이블 단말 작업 등 잔여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스타타워 등 송전탑을 배경으로 근로자들이 TBM(Tool Box Meeting)을 하고 있습니다

[ 스타타워 등 송전탑을 배경으로 근로자들이 TBM(Tool Box Meeting)을 하고 있습니다. ]


리야드 380kV 송전선로 공사 현장의 최고 자랑은 바로 공정관리입니다. 사우디에서 진행되는 송전 공사들을 여타 플랜트 프로젝트에 비해 규모가 작은 탓에 100% 직영(자재·노무자·기계 설비 등을 직접 조달) 체제로 운영됩니다. 현장은 외국인 직원들이 ‘현대건설 직원’이라는 로열티를 가질 수 있도록 본사에 직접 보고(품질·안전 부문 영문 보고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공정 회의에는 한국인·외국인 직원은 물론 공종별 근로자의 리더 격인 포맨(Foreman, 현장 관리직)들도 참여시켰습니다. 책임감을 부여하며 꾸준히 소통한 결과 난공사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우수한 기술력··· 후속 수주 기대


오거 머신(Auger Machine)을 이용해 땅을 굴착하고 있습니다

[ 오거 머신(Auger Machine)을 이용해 땅을 굴착하고 있습니다. ]


ST8L 현장의 기술력은 추가 수주라는 값진 결실을 가져왔습니다. 현장은 P-2의 강한 암석 지대에 록 앵커(Rock Anchor) 공법을 도입했습니다. 좁고 긴 다이아 드릴머신으로 땅에 구멍을 여러 개 내 철근을 박고, 그 위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기초 공법으로 시공성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중부 전력청은 지역에서 처음 시도하는 이 공법을 안정성의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현장은 지질 회사와의 마라톤 회의, 기술 프레젠테이션, 기초 하중 테스트 등을 거치며 발주처를 설득했고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전공정 무재해(509만6362시간, 2019년 11월 기준)는 물론 남다른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리야드 380kV 송전선로 현장. ST8L 현장을 든든한 반석 삼아 사우디 중부 지역에서의 수주 낭보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왕족 허락 없인 공사 진행 No?!

적극적 대처로 발주처 신뢰를 얻다


중부 전력청과의 회의 모습 중부 전력청과의 회의 모습.


사우디전력청은 여타 발주처와는 달리 동부·서부·남부·중부(본청)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 사우디 송·변전 사업에 처음 진출한 후 약 7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나, 중부 지역의 수주는 20년 만이었습니다. 동·서부 지역에서 발주 물량이 넘쳤기 때문이죠. 30여 년간 쌓아온 공사 노하우와 숙련된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현장을 수주해 냈지만, 중부 전력청과는 신뢰관계가 없었습니다. 현대건설이 유능하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함께 일한 경험이 없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현대건설은 중부 전력청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사 초반부터 최선을 다했습니다. 발주처가 궁금해하는 공법 등을 정리해 프레젠테이션하고 공정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보고했죠. 또 약속한 공기는 반드시 지켰습니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던 중부 전력청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발주처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은 것은 ROW(Right of Way, 통행권)를 받는 과정에서였습니다. 사우디에는 왕가의 인사가 3000명에 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그중 많은 수가 리야드와 그 인근에 살고 있었습니다. 현장은 왕족의 사유지를 지나갈 수밖에 없었고, 관련 허가는 발주처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왕족은 발주처와 정부기관보다 힘이 셌습니다.

현대건설은 ROW를 어려워하는 발주처를 대신해 적극적으로 ‘왕원(王願)’을 해결했습니다. 왕가와 그 대리인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송전선로를 수정하는 등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죠. 발주처는 현재까지도 이 부분을 가장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며, 덕분에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