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드넓은 미국 텍사스 땅에 에너지 첫 깃발을 꽂았습니다. 여의도의 4배, 축구장 1,600여 개에 달하는 부지에 350MWac(455MWdc) 규모의 대형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는 ‘LUCY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것입니다. 35년간 연간 926GWh의 전력을 생산해 스타벅스, 워크데이 등 글로벌 RE100 기업에 공급하는 초대형 사업입니다. 이 역사적인 첫 발걸음 뒤에는 개발금융팀과 신재생사업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만들어낸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부서의 인터뷰를 통해 LUCY 프로젝트의 수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합니다.
미국 에너지 시장 진출의 첫발,
텍사스에서 시작된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
Q. 먼저 프로젝트의 수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개발금융팀: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지난 7월 10일 오전 10시에 최종 금융종결(Financial Closing)*이 확정되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오후에 언론에 수주 소식이 나가자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 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사내 분위기도 “이제 진짜로 현대건설이 미국 에너지 시장에 들어섰구나!” 하는 자부심이 가득했죠. 외부에서도 “현대건설이 드디어 글로벌 디벨로퍼로서 한 걸음 내딛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물밀 듯 들어왔습니다.
신재생사업팀: 특히 저희팀에게는 첫 해외 신재생 사업 진출이라 의미가 컸습니다. 수주 소식이 전해진 뒤, 팀원 모두 오랜만에 진심으로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사내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를 받은 것은 물론 여러 협력사, 금융사들 역시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와 협력 의사를 많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 파이낸싱이나 대규모 투자 사업에서 금융기관의 자금 인출을 위한 모든 선행 조건이 충족, 실제 대출 및 투자금이 지급되는 최종 단계
Q. ‘팀 코리아’가 함께 이뤄낸 텍사스 LUCY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개발금융팀: LUCY 프로젝트는 미국 텍사스주 서쪽 콘초 카운티에 350MWac(455MWdc)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대형 사업입니다. 여의도 면적의 약 4배, 축구장 약 1,653개에 해당하는 부지에 조성되며, 준공 후 35년간 연간 약 926GWh의 전력을 생산·판매할 예정입니다. 이는 월평균 30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약 26만 가구에 공급 가능한 규모로, 생산 전력은 VPPA(가상전력구매계약)를 통해 스타벅스, 워크데이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현대건설은 한국중부발전, KIND, EIP자산운용, PIS펀드 등 민간과 공기업, 정책펀드와 함께 ‘팀 코리아’를 이뤄 미국 에너지 시장 진출에 성공했는데요. 현대건설은 개발 초기부터 지분 투자, 기술 검토를 비롯해 태양광 모듈의 공급을 맡았고, 시공은 현지 건설사 프리모리스가, 운영은 한국중부발전이 담당합니다.

신재생사업팀: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개발금융팀은 이 프로젝트 전반의 지분 투자와 수익성 제고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신재생사업팀은 LUCY 프로젝트 내 EPC(설계·조달·시공)에서 태양광 모듈 공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총 455MWdc 규모에 필요한 태양광 모듈을 체계적으로 조달·공급하는 것이 신재생사업팀의 주요 역할입니다. 단순한 조달처럼 보일 수 있지만, 태양광 모듈은 발전소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발전소 성능과도 직결되는 핵심 자재입니다. 이에 저희 팀은 여러 후보 제조사를 면밀히 검토하여, 성능과 신뢰성을 모두 갖춘 최적의 공급사를 선정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개발금융팀: 특히 이번 사업은 현대건설이 건설투자자로서 미국 에너지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요. 저희 팀원이 올해 말, 미국 SPC(Special Purpose Company, 특수목적법인)에 합류해 사업 준공까지 전체 마일스톤(Milestone)을 총괄 관리할 예정입니다.
신재생사업팀: 맞습니다. 이번 사업은 현대건설이 해외 관급 공사 위주의 사업구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첫 사례라는 데 의미가 큽니다. 특히 미국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시장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계약을 성사시켰고, 정해진 도급 계약이 아닌 계약 구조 기획부터 리스크 관리, 공급망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첫 사례입니다. 특히, 개발과정에서 최초개발사의 기술자료 및 인허가 자료와 금융기관의 기술검토자료를 입수·분석했고, 앞으로 진행될 시공과정에서의 각종 데이터도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향후 본격적인 현지 EPC 진출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3년여의 준비와 치밀한 협상으로
완성한 메가 프로젝트
Q. 수주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개발금융팀: 저희가 이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22년 10월에 처음 사업 정보를 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후 2023년 8월에는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기 위한 펀드 투자계약과 사업권 인수계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5월에는 현지 전력망에 연결하기 위한 각종 인허가와 실사를 모두 마쳤고요. 사실 금융종결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래도 7월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어 자본금과 대출금이 모두 확보됐고, 우리 회사가 공급하는 모듈 계약의 선수금까지 입금받으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신재생사업팀: 2024년 5월에 주요 기술·상업 조건이 확정된 이후, 최종계약과 금융종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꽤 오래 걸렸는데요. 그 사이 외부 환경 변화로 원가 상승 요인도 있었고, 사업주의 사업성 확보를 위한 감액 요청도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사업주, 공급사와 꾸준히 협상하며 원가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다행히 지금은 금융종결이 무사히 완료되어 저희도 모듈 공급 계약의 선수금을 잘 받을 수 있었습니다.
Q. 계약 성사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개발금융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최종 사내 투자심사를 통과했을 때인 것 같습니다. LUCY 사업이 회사 최초의 해외 투자개발사업이다 보니, 세 번에 걸쳐 아주 까다롭고 심도 있는 투자심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저희는 여러 방면에서 자료를 준비하고 검토한 반면, 여러 유관 부서에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해서 굉장히 치열한 논의가 계속됐습니다. 결국 모두가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미국 에너지 시장에 진출한다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렸기에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신재생사업팀: 무엇보다도 최종 계약서가 확정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내부 품의부터 시작해서, 사업주와 대주단, 그리고 공급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긴 과정을 거쳤는데요. 정말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우리 회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계약서를 끌고 갈 수 있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금액 협의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이슈들 때문에 계약서 문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합의점을 찾아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던 그 순간의 뿌듯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Q. 수주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개발금융팀: 앞서도 말씀하셨지만, 최종 투자심사를 통과한 뒤에도, 현지 시장 환경이나 사업 조건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재투자심사를 받아야 했던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특히 2023년에는 주요 기자재(변압기, 차단기) 납기가 두 배나 늘어나고, 금융 구조도 예상과 달라져서 세액공제 투자자 모집이 금융종결 이후에 진행되는 큰 부담이 있었습니다. 이런 리스크들을 유관부서와 함께 공유하고, 프로젝트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도 논의하면서 최적의 결론을 찾아 결국 무사히 투자심사를 다시 통과하고 착공까지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신재생사업팀: 맞습니다. 특히 최종 계약 확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AD/CVD*)이 수시로 바뀌면서, 최종 협상 단계까지 불확실성이 컸거든요. 제조사로부터 여러 차례 관세 관련 확인을 받고, 사업지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직접 제조사 경영진과 만나 현대건설의 태양광 사업 비전도 공유하며 장기 파트너십도 다질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AD(반덤핑 관세)/CVD(상계 관세): 미국에서 수입 제품에 적용하는 무역 규제 관세
서로 다른 전문성을 결합해
만든 전략적 시너지
Q. 루시 프로젝트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두 팀의 시너지인 것 같습니다.
개발금융팀: 이번 협업은 두 팀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사례였습니다. 개발금융팀은 지분 투자와 수익성 제고를, 신재생사업팀은 모듈 공급과 시공 부문의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각기 다른 과제를 안고 있어서 때로는 의견이 대립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업의 성공을 위해 서로 긴밀하게 협력했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신재생사업팀: 처음에는 각자의 역할과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의견이 상충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현대건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갔고, 개발금융팀이 적극적으로 SPC(특수목적법인)와 법률 자문사를 설득해주신 덕분에 저희 의견도 많이 반영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계약 구조 설계나 최종 계약 협상에서 양 팀의 전문성이 결합되어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Q. 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개발금융팀: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각 팀의 수익성을 잘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두 팀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무작정 공유하기보다는 협업이 꼭 필요한 영역과 각자 독립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이렇게 세심하게 조율하다 보니, 투자자로서의 이익과 리스크, 그리고 모듈공급자로서의 이익과 리스크를 함께 고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회사 전체적으로도 최대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재생사업팀: 개발금융팀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그와 더불어 저희가 특히 신경 쓴 건 기술적 안정성과 상업적 수익성의 균형이었어요. 단순히 저렴한 모듈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35년이나 운영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능이 보장되는 고품질 모듈을 공급하면서도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두 팀이 서로의 관점과 경험을 존중하면서 끝까지 조율하고 소통했던 게, 가장 큰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 AI로 구현한 미국 텍사스 LUCY 태양광 발전사업 현장 이미지 ]
Q. 현재 프로젝트가 착공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준공까지 남은 일정과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개발금융팀: 현재 각 EPC(설계·구매·시공) 역할별로 선수금이 지급되면서 기자재 확보와 자본금 납입이 진행 중이고, 내년 1월에는 본격적으로 현장이 개설될 예정입니다. 저희 회사가 공급하는 태양광 모듈은 내년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에 걸쳐 현장에 공급될 계획이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준공이 이루어진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건설의 첫 해외 투자개발사업이자 미국 에너지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세울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또 글로벌 기업과 VPPA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RE100 참여 기업들과의 협력 선례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에서 진정한 개발 역량과 자산을 보유한 플레이어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넓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재생사업팀: 저희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납기 일정과 모듈 품질 관리에 가장 집중할 계획입니다. 공급사와 협업해 현지 공장 출장도 나가며 모듈의 성능을 직접 점검할 예정이고요. 미국의 관세(AD/CVD) 등 외부 변수도 꼼꼼히 모니터링하면서 계약서에서 정한 공급자(Seller)로서의 방어 원칙을 철저히 지켜, 고객 및 제작사와도 끝까지 긴밀히 소통하며 책임을 다할 계획입니다. 향후 현장 준공과 함께 현대건설이 글로벌 태양광 프로젝트 파이낸싱 분야에서 실질적인 역량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쌓은 해외 투자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본격적인 EPC 사업 및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영역을 더 넓혀가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