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년 기획 #1] 성장의 힘, 기본력

2021.01.04 3min 30sec

계단을 서로 도우며 오르는 사람들 일러스트


살아가다 보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필요한 것에 집중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정작 중요한 것을 잊기도 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리하게 달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종종 삶의 핵심인 ‘기본’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삶은 기본을 제대로 갖추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이 특히나 힘든 시간을 보낸 2020년.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2021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육상대회에 출전한 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운동화 끈을 한번 더 조여 매듯, 2021년의 출발선 앞에서 우리의 기본기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아무나 만들기 어려운 것 ‘기본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존경할 만한 실력자를 만나곤 합니다. 그들에게는 ‘기본이 충실한 사람’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단순 요령이나 잔기술이 아닌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가꾼 기본기죠. 기본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를 이루는 바탕’입니다. 삶의 기본은 태어날 때부터 재능으로 물려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달라지지도 않죠. 누구든지 만들 수 있지만, 아무나 만들기 어려운 것. 바로 ‘기본’입니다. 기본을 잘 갖춘 사람은 지속적으로 성장합니다. 스스로 계획하고 자신과 경쟁하며 그 계획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성장 아닐까요.


인생의 기본이 되는 ‘인생지도’
운전할 때나 여행 갈 때, 어디론가의 여정에서 꼭 파악해야 할 것은 출발지, 목적지, 그리고 현재 위치입니다. 특히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 혹은 중간 목표는 어디쯤 있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 둘째는 멋진 목적지를 바라보기는 하지만 가려고 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셋째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있고 실제로 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매일 똑같은 삶을 삽니다. 학원에 다니거나 독서 모임 등에 참석하며 성장하고 있는 듯해도, 목적지가 없기에 태양 주변을 맴도는 행성과 같습니다. 멋진 목적지를 바라보지만 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숨만 쉬거나 자신을 절망과 포기 속에 가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지만 에베레스트산에 오르겠다고 결심한 것처럼 어쩌면 너무나 높은 목적지를 꿈꾸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니면 수많은 실패의 경험, 게으름 등이 발목을 잡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실제로 가는 사람들은 그 목적지로 가기 위한 중간 목적지를 선택하는 지혜가 있습니다. 마치 정상에 오르기 위해 중간중간 산장에 들르는 것처럼 말이죠. 높은 산에 오를 때 직선으로 바로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굽이굽이 돌아가기도, 가파른 내리막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단 하나의 목적지가 있는 이들에게 이것은 과정일 뿐입니다.
“너 왜 사냐?” 질책으로 들리시나요? 질문으로 들으면 핵심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인생의 목적과 목표에 대해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듣지만 그 정의를 내리기 어려워합니다. 목적이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 즉 추상적 의도라면 목표는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지향하는 실제적 대상으로 삼음 또는 그 대상’과 같은 구체적인 표시입니다. 큰 목적에 따라 세부 목표를 정하고 하나씩 밟아가는 것. 이것이 인생 지도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아닐까요. 이렇게 자신의 길을 알고 묵묵히 헤쳐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자신감이라는 큰 선물도 주어집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유용한 자원이죠. 의욕이 지나쳐 자만심이 되면 곤란하지만, 적당한 자신감과 자존감은 인생지도를 그리는 데에도 분명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어 줍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주 종목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최고로 잘하는 한 가지를 찾을 수 없다면 준수한 여러 능력을 합쳐서 자신감을 얻어도 좋습니다.


삶을 그리는 습관 ‘우선순위’
얼굴에는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 오롯이 담깁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입꼬리를 보고도 그의 삶을 지레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습관은 우리의 표정이나 걸음걸이, 음식 먹는 모습에도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결과물이다. 지난 과거를 되돌릴 순 없지만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인생의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우선순위가 잘 정리돼 있으면 그 일과 삶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우선순위를 모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쁜 현실에 끌려다니곤 합니다. 우선순위에 맞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주어진 시간과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되죠. 가족이 최고 우선순위인데 다른 지인들과의 취미생활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거나, 영어 공부를 우선순위로 정해놓고 술값을 더 많이 쓰고 있다면 우선순위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뒤죽박죽된 삶이 습관화되면 결국 패배의식과 후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시간 관리 전략의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전쟁 시에도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자원의 분배’죠. 그러나 분배할 장소를 모른다면 자원이 어디로 새는지도 모를 겁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20대의 시간과 30대의 시간, 40대의 시간, 각 연령대의 시간은 전혀 다른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직장생활, 결혼, 출산 등 인생의 이슈 때마다 시간의 재배치가 필요합니다. 가족, 직장, 종교, 취미 등을 고려해 자신이 어떤 부류에 속해 있는지 확실히 파악하고, 시간 투자의 목표를 명확히 해 그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면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생활의 기본
사람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 반드시 해야 할 일, 그것이 무엇일까요? 우리가 매일 하거나 듣는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人事)는 사람(人)의 일(事), 즉 사람이 꼭 해야 하는 기본적인 일입니다. 얼마나 중요하기에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자유롭게 경쟁하는 요즘 같은 때는 효율성이 무척 중요합니다.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획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회사만이 아닌 개인 누구나 가진 중요한 질문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을 투자해 가장 큰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웃음이 있는 인사’입니다.
터줏대감이었던 분식점이 새로 입점한 프랜차이즈에 밀려나 폐점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상가에 나란히 자리한 가게를 보고 당연히 맛도 있고 오랜 단골을 확보한 아주머니의 분식점이 승리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1년이 지나자 프랜차이즈의 승리로 승부가 갈렸다. 이 두 가게의 차이점은 맛도 가격도 아니었습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TV를 보다가 “뭐 줄까?” 하던 아주머니의 대응과 일제히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외치던 인사의 차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냉동창고에 다섯 시간이나 갇혀 있던 직원이 인사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던 일화도 유명합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건네던 직원이 보이지 않아 걱정하던 경비가 공장 여기저기를 찾다 직원을 발견했다는 거죠. 인사를 하는 데는 그리 많은 에너지가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나 인사는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생각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줍니다. 이는 통제할 수 없는 일에 힘을 쏟는 것이 부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통제할 수도 없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걱정병’을 일부러 안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걱정병은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전염성도 있어서 주변 사람도 초조하게 만듭니다.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실천하며 그 범위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에서 인생의 가치를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긴 터널을 뚫고 어느덧 2020년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 어려웠던 일, 힘들었던 일들을 수다와 술로 잊어버리는 송년회가 아닌 현실을 직시하며 나의 인생, 생활, 습관의 기본기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간은 분명히 우리를 기대의 2021년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글=이필준 <다섯 가지 기본의 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