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하게 반짝이는 쇼핑몰, 세련된 주택 그리고 각종 첨단 시설이 들어서며 친환경 스마트시티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싱가포르 풍골. 2026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 풍골 스포츠센터는 대규모 문화체육 시설로,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싱가포르 도시 개발의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력과 우수한 시공 능력으로 풍골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현대건설을 만나봅니다.
도움.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 사업수행팀 김재우 매니저
대도시로 도약을 이끄는 스포츠 랜드마크
싱가포르 중심지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30여 분. 싱가포르의 첫 에코타운이자 스마트시티로 계획된 ‘풍골(Punggol)’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면적 약 10㎢로 서울 여의도보다 약간 더 큰 이곳은 지역민 대부분이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던 미개발 지역 중 하나였는데요. 1996년 싱가포르 정부의 ‘풍골 21’ 개발 계획 아래 신도시로 지정된 후, 지상 경전철과 같은 교통수단이 도입되며 변화의 속도를 높였습니다.
오는 9월에 준공 예정인 풍골 스포츠센터는 5,000석 규모의 축구 경기장을 비롯해 풋살장, 테니스장, 양궁장, 수영 경기장·연습용 수영장, 실내 체육관, 수상 레저 센터 등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갖출 전망입니다. 현대건설은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1982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2014), 스타드 아마디 아그레비(2001),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2014) 등 국내외 다양한 스포츠 경기장을 건설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의 스포츠 허브이자 지역사회 활성화의 거점이 될 풍골 스포츠센터 프로젝트를 따냈습니다. 현재 현장은 풍골 스포츠센터 내·외부 마감 공사에 전념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질 국제 경기를 위해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 Pro Star’, ‘피바(FIBA; 국제농구연맹) Competition Level 1’ 등 다양한 국제 스포츠 인증 규격에 맞춰 시공하고 있습니다.
[ 풍골 스포츠센터 전경 ]
거대한 지붕이 무너지지 않는 비밀
스포츠센터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과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도록 넓은 개방형 공간이 필요합니다. 기둥 없이 거대한 지붕을 떠받치려면 특별한 구조가 적용되어야 하는데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메가 트러스(Mega Truss)’입니다. 메가 트러스는 교량이나 비행기 격납고에도 사용되는 대형 삼각 구조물로, 기둥이 거의 없는 거대한 공간의 벽과 지붕을 지탱하는 초대형 뼈대입니다. 풍골 스포츠센터의 수영장과 테니스장에 길이 55m, 중량 150톤의 메가 트러스가 적용되었죠.
메가 트러스를 현장까지 운반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싱가포르의 교통 법규 상 초대형 중량물을 주간 시간대에 운송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메가 트러스를 옮기려면 일정 크기 및 하중을 만족한다는 전제 하에 대중교통이 없는 새벽 시간, 그것도 경찰 호송을 대동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철골 공장에서 제작된 메가 트러스를 가조립해 각 철골이 정확히 제작되었는지 점검한 후, 운반 가능한 크기(약 25~30m 길이)로 절단해 공사 현장으로 가져오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 작전에는 공사 현장까지의 이동 동선은 물론 운반 차량의 회전 반경, 보행자 육교 통과 높이 등 세밀한 계획이 담겨있는데요. 우주 왕복선이나 로켓을 운반할 때 사용되는 MSPE(Modular Self-Propelled Electric) 특수 트레일러까지 투입되며 112회에 걸쳐 첩보 영화 같은 다이내믹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 MSPE를 활용해 새벽마다 경찰 호송과 함께 메가 트러스를 운반했습니다 ]
풍골 스포츠센터는 건물의 중간지점인 3층과 상층부를 지지할 수 있는 6층에 메가 트러스를 설치해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메가 트러스는 건축물의 기둥이나 벽 같은 수직 부재를 시공한 다음, 보와 바닥 등 수평 부재를 차례로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한 층씩 차례로 쌓아 나가는 것이 정석인데요. 하지만 현장은 크레인이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않았기에 현장의 전문가들은 치열한 고민 끝에 건물을 세로축으로 A, B, C 3개의 구역(Zone)으로 나눈 형태로 시공에 돌입했습니다. 층과 상관없이 구역 순으로 아래에서 위로 시공하는 Bottom-Up 공법을 적용, '시공 효율성'과 '고품질 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 시공 효율성을 위해 메가 트러스를 구역별로 나눠 Bottom-Up 공법으로 시공합니다 ]
경기력 극대화를 위한 세심한 설계
풍골 스포츠센터는 건축 요소뿐 아니라 경기의 질을 높이는 조도, 환기 등 시스템적 설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TV를 통해 축구 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경기 시간대와 상관없이 언제나 한낮처럼 환한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선수가 공을 차는 슬로우 모션 장면에서도 한치의 깜빡임이 없죠. 국제 축구 대회에서는 잔디의 컨디션만큼이나 조명에 대한 기준이 엄격합니다. 일반적인 축구 경기의 조도 기준은 500럭스 정도지만 FIFA가 정한 공식 축구 경기의 조도 기준은 2,000럭스에 달합니다.
국제 축구 대회 개최를 목표로 하는 싱가포르는 풍골 스포츠센터를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회 유지가 가능한 경기장으로 조성하고 있는데요. 현대건설은 면밀하게 조명 제품을 선정하고 수차례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밝기는 물론, 축구장의 모든 면에 균일한 수직 조도를 확보했습니다.
[ 균일한 조도를 위한 시뮬레이션 과정. 경기장 중앙 기준으로 전체 공간이 일정한 밝기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또한 선수들의 열기로 가득한 실내 체육 시설은 기계적 환기가 필수적입니다. 가볍게 생각하면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를 면적에 맞게 설치하면 될 것 같지만, 이 또한 정교한 예측이 필요합니다. 배드민턴을 예로 들어볼까요. 거위 깃털로 만들어진 셔틀콕의 무게는 고작 5.5g입니다. 온∙습도는 물론 작은 에어컨 바람에도 경기의 흐름이 뒤바뀔 수 있죠.
실제로 중국에서 진행되었던 한 배드민턴 경기는 경기장 내 강한 에어컨 바람을 대비한 훈련까지 진행한 바 있는데요. 현대건설은 에어컨 및 환기 시스템으로 인한 공기의 흐름이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ACMV(Air-Conditioning Mechanical Ventilation)의 위치를 신중하게 선정하고, 실내 온도에 따른 공기의 변화를 시뮬레이션 하는 등 철저한 검증을 진행했습니다.
초록빛 도시 풍경을 만들어가다
풍골 스포츠센터는 용수 재이용 기술을 적용하여 풍골의 녹색 도시 비전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빗물을 재활용한 자동 관개 시스템입니다. 싱가포르는 비 오는 시기가 일정치 않고, 국토에 강과 호수 등이 적어 물 자급률이 매우 낮습니다. 현대건설은 풍골 스포츠센터에 내린 빗물을 우수 저장탱크에 보관한 다음 조경 시설에 공급하는 자동 관개 시스템을 적용하는 한편, 하수를 재처리한 뉴워터(NEWater)를 사용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싱가포르의 만성적인 물 부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풋살장 등 일부 시설 지붕에 태양광 패널 설치 계획을 수립하는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통한 전력 공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 현장 직원들 ]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는 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주민들의 취미 활동을 위한 문화체육 공간으로 풍골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 싱가포르 정부는 지역 상권과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허브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싱가포르에 남긴 수많은 역작들처럼, 이곳 풍골 스포츠센터는 현대건설의 경험과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강력히 입증하는 또 하나의 대표작이 될 것입니다.
“풍골 스포츠센터는 향후 싱가포르 곳곳에서 진행될 프로젝트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2026년 개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주처 및 컨설턴트와 협의하며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 현장 추현식 소장 “많은 분들의 헌신 덕분에 현장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함께 땀 흘려주신 이동현∙강창옥 소장님, 황현흠∙김상현∙유창은∙곽호영∙황성혁∙신재철∙한상연∙권오욱 책임매니저님, 길백진∙진혜주 매니저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현재 현장에서 노력하고 계신 모든 직원분들께도 끝까지 힘내시길 응원합니다.”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 현장 사업지원팀 김홍규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