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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인프라와 불안정한 치안
프랑스어로 ‘Ivory Coast(상아빛 해안)’를 뜻하는 코트디부아르. 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는 우리나라 면적의 약 3배 정도 크기로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 카카오, 커피 등 열대작물을 수출하며 성장한 농업국가입니다. 하지만 2002년부터 10여 년의 내전기간 동안 무력 충돌과 유혈사태가 빈번히 발생해 유엔군이 상시 주둔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지토 발전소 확장공사(Azito Power Plant 139MW Add-on Project)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으로 진출한 현대건설의 첫 전력 현장으로 열악한 인프라 환경과 불안정한 치안정세로 인해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습니다.
현장은 많은 이의 기대와 우려 속에서 2013년 2월 21일 발주처인 영국 글로벌렉(Globeleq)社로부터 착공 통지(NTP-Notice to Proceed) 통보를 받았습니다. 현장은 행정·경제의 중심지인 아비장(Abidjan)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24km 정도 떨어진 요프공(Yopougon) 지역 해안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요프공 지역은 내전 당시 반군의 주 본거지였고, 착공 전 발전소 내 두 차례의 무장습격 사고가 발생한 전례가 있어 현장 주변을 경찰, 군대, 유엔군이 항시 순찰하는 곳입니다.
현장은 기존의 가스터빈 발전소(Simple Cycle)에 2기의 HRSG(Heat Recovery Steam Generator), 1기의 STG(Steam Turbine Generator 139), 1기의 ACC(Air Cooled Condenser), 기타 기전설비 시공을 통해 복합화력발전소로 확장하는 애드온(Addon) 공사입니다. 애드온 공사는 추가 연료 소모 없이 발전소를 확장할 수 있어 발전비용 절감 측면에서 선호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프로젝트 완공과 함께 발전 효율이 기존 29.5%에서 44%로 향상됐고, 전력 생산량도 기존 288MW에서 427MW로 증가돼 코트디부아르 국가 전체 전력 공급량을 25%까지 확장했습니다.


코트디부아르 아지토 발전소 확장공사[ 주기기 STG를 설치 중인 모습 ]


코트디부아르 아지토 발전소 확장공사[ HRSG 설치가 완료된 모습 ]


착공 후 첫 번째 과제는 2013년 7월, 시험용 말뚝(Test Piling) 토목 시공 중 직면했습니다. 말뚝 선단부에서 지하수와 토사가 혼입·유입되는, 일명 토사 보일링 현상(Boiling)이 발생한 것입니다. 말뚝의 품질 확보는 고사하고 콘크리트 타설조차 불가능했습니다. 현대건설은 문제의 원인인 Boiling의 특성을 거꾸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새 장비 반입 없이 기존장비를 개조, 활용하여 적용할 수 있는 공법을 고안했습니다. 몇 차례의 시험 시공과 장비 개량 후 즉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었고, 시공성 측면에서도 말뚝 생산성을 약 60%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이 공법은 HDBP(Hyundai Displacement Bored Pile)으로 명하고, 2014년 9월 특허 출원을 신청했습니다.


공기 사수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공정 피크 시점인 2014년 8월, 치사율 90%에 달했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부 아프리카에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코트디부아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근 국가들이 연이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작업자들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들 및 기자재 수퍼바이저(S/V)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은 근로자들에게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을 마련해 막연한 두려움을 상쇄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사를 중단해야 할지도 모르는 숨막히는 순간이었지만, 다행히 인근 발병 국가의 에볼라 확산율이 점차 줄어들어 무사히 공정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공사 초기부터 ‘적기 준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열정을 쏟아부은 직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기 준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언제나 위기 속에서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공기 지연의 위기는 현장엔 기회였습니다. 현대건설은 소형 ACC 설치 경험은 있으나 대형 ACC 공사는 아지토 현장이 처음이었습니다. 따라서 설치방안 대부분을 매뉴얼에 의존해야 하나 4개월의 납품 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현장은 신공법을 고안해냈습니다. 각 부재의 패키지 모듈화를 통해 지상 조립으로 한번에 인양·설치하는 방안으로, 상부 철골 설치기간을 1.5개월 단축시켰습니다. 또한 ACC의 상부 Checkered plate 설치 역시 고소 태핑(tapping) 작업 대신 힐티(Hilti) 타정 설치로 약 2개월의 작업 기간을 단축했습니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던 성공이었습니다. 계약공기 27개월을 사수함은 물론 단 한 건의 안전사고가 없는 전 공정 무재해였습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소 공사 중 계약 공기를 준수한 EPC 프로젝트는 없었습니다. 아지토 발전소는 현대건설의 아프리카 발전소 EPC 역사상 ‘전 공정 무재해’와 ‘계약 공기 준수’라는 대업을 이룬 첫 번째 프로젝트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 아지토 현장은 현대건설의 이름을 드높이며 상아빛 해안에 당당히 서 있습니다. 현대건설 임직원의 열정과 땀방울이 서려 있는 아지토 현장이 미개척된 사하라 이남과 서남아프리카 발전시장 선점에 선봉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